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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실의 종류, 울부터 종이실까지

by MARIA’S CLOSET 2026. 10. 21.

니트를 살 때 라벨을 보면 낯선 이름이 꽤 많다. 울, 아크릴, 나일론, 모달, 레이온. 같은 니트처럼 보여도 어떤 실로 짰느냐에 따라 입는 느낌도, 관리법도 전혀 다르다.

앞에서 울과 캐시미어, 그리고 친환경 실에 대해 따로 쓴 적이 있다. 오늘은 그보다 조금 넓게, 니트에 쓰이는 실을 한눈에 정리해 보려고 한다. 실은 어디에서 왔는지에 따라 크게 네 가족으로 나눌 수 있다.

1. 동물성 섬유, 털과 누에고치에서

동물의 털이나 누에고치에서 얻은 실이다. 공기를 많이 품어서 따뜻하다.

가장 대표적인 울과 캐시미어, 메리노울과 램스울은 지난 글에서 다뤘으니, 오늘은 다른 실들을 살펴보자.

알파카는 남미 안데스 고원에 사는 알파카의 털이다. 털 속이 비어 있어서 가볍고 따뜻하며, 은은한 윤기가 있다.

모헤어는 털이 길어 니트 표면에 보송한 후광이 생긴다. 재미있는 건 모헤어가 앙고라 '염소'의 털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흔히 앙고라라고 부르는 실은 앙고라 '토끼'의 털이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동물이다.

실크는 누에고치에서 뽑은 실이다. 윤기가 있고 가벼우며 여름에는 시원하다. 실크실도 만드는 방법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고치에서 길게 이어 뽑은 생사는 반짝임이 강하고, 짧은 섬유를 꼬아 만든 방적견사는 광택이 은은해 니트에 많이 쓰인다. 남은 섬유로 만든 실크 노일은 마디가 있고 매트해서 내추럴한 느낌이 난다.

2. 식물성 섬유, 씨앗과 줄기에서

식물에서 얻은 실이다. 땀을 잘 흡수하고 시원해서 봄여름 니트에 많이 쓰인다.

면은 목화씨를 감싼 털로 만든다. 부드럽고 흡수가 잘되지만 탄력이 적어서 니트로 짜면 늘어지기 쉽다.

린넨은 아마 줄기에서 얻는다. 시원하고 바삭하며, 빨수록 부드러워진다.

그리고 조금 특별한 실이 있다. 종이실이다. 종이로 어떻게 실을 만들까 싶지만, 방법은 단순하다. 종이를 리본처럼 가늘고 길게 자른 뒤 꼬아서 실로 만든다. 일본에서는 전통 종이인 와시로 실을 만들어 옷감을 짜기도 했다.

종이실은 아주 가볍고 바삭하며 형태를 잘 잡아 준다. 그래서 여름 모자나 가방, 시원한 여름 니트에 자주 쓰인다. 다만 물에 약한 편이라 세탁 표시를 꼭 확인해야 한다. 일본의 와시와 우리나라의 한지로 만든 종이실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더 자세히 다뤄 보려고 한다.

3. 재생 섬유, 나무를 녹여서

나무 펄프 같은 식물 원료를 녹인 뒤 다시 실로 뽑아낸 섬유다. 식물에서 왔지만 공장에서 새로 만든 실이라 '재생 섬유'라고 부른다.

레이온(비스코스)은 실크처럼 찰랑이고 시원하다. 대신 물에 젖으면 약해지고 줄어들 수 있다. 모달은 너도밤나무로 만들며 레이온보다 튼튼하고 부드럽다. 친환경 실 글에서 소개한 텐셀(라이오셀)도 여기에 속한다.

니트에서는 몸을 따라 흐르는 듯한 드레이프 니트나 여름 니트에서 자주 볼 수 있다.

4. 합성 섬유, 석유에서

석유에서 얻은 원료로 만든 실이다. 튼튼하고 가볍고 값이 싸다.

합성 섬유의 시작은 나일론이다. 1935년 미국 듀폰의 화학자 월리스 캐러더스가 만들었다. 1939년 10월 처음 나온 나일론 스타킹 4천 켤레는 몇 시간 만에 다 팔렸고, 1940년 5월 미국 전역에서 판매를 시작하자 나흘 만에 약 400만 켤레가 팔렸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낙하산을 만드는 데 쓰였다.

니트에서 나일론은 혼자보다 다른 실과 섞여 쓰이는 경우가 많다. 울에 나일론을 섞으면 훨씬 질겨지고, 모헤어 실의 가운데 심으로 들어가 털을 붙잡아 주기도 한다. 여름에는 납작한 리본 모양의 나일론 실로 반짝이는 니트를 짠다.

폴리에스터는 구김이 적고 빨리 마른다. 페트병을 재활용한 실도 폴리에스터다. 아크릴은 울처럼 보송한 느낌을 싸게 낼 수 있지만, 정전기와 보풀이 생기기 쉽다. 스판(폴리우레탄)은 고무처럼 늘어나는 실로, 2~5%만 섞어도 니트에 신축성이 생긴다.

5. 모양으로 보는 실

같은 울이라도 실의 생김새가 다르면 전혀 다른 니트가 된다.

  • 부클레: 실에 작은 고리가 뭉글뭉글 달려 있다. 트위드 재킷 같은 질감이 난다.
  • 슬럽사: 굵기가 일부러 들쭉날쭉하다. 손으로 짠 듯한 자연스러움이 있다.
  • 브러시드 얀: 표면을 빗질해 털을 일으킨 실이다. 보송보송하다.
  • 테이프얀: 납작한 리본 모양의 실이다. 바삭하고 가볍다.
  • 루렉스: 금속처럼 반짝이는 실이다. 연말 니트에 자주 쓰인다.
  • 체인얀: 실 자체를 사슬처럼 짠 실이다. 가볍고 볼륨이 크다.

6. 실의 굵기와 게이지

실을 고르면 함께 정해지는 것이 있다. 게이지다.

게이지는 편직기 바늘이 1인치(2.54cm) 안에 몇 개 있는지를 나타낸다. 숫자가 낮은 3~5게이지는 굵은 실로 성기게 짜서 청키 스웨터처럼 도톰하고, 7게이지는 가디건처럼 적당한 두께가 나온다. 12게이지 이상은 가는 실로 촘촘하게 짜서 얇은 스웨터나 이너웨어가 된다.

게이지는 무늬의 크기도 바꾼다. 아가일 마름모 하나를 가로 20코로 짠다고 해 보자. 3게이지에서는 약 17cm, 7게이지에서는 약 7cm, 14게이지에서는 약 4cm가 된다. 같은 도안이라도 어떤 실과 게이지로 짜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옷이 되는 셈이다.

이해를 돕기 위한 그림으로, 실제 크기는 실의 굵기와 편직 장력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7. 보풀 안 나는 니트 고르는 법

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결국 이 질문으로 돌아온다. 어떤 니트가 보풀이 덜 생길까.

보풀은 니트 표면의 짧은 섬유 끝이 마찰로 빠져나와 서로 엉키면서 생긴다. 그래서 팔 안쪽, 옆구리, 가방이 닿는 자리에 먼저 생긴다. 비싼 캐시미어라고 보풀이 안 생기는 것도 아니고, 평범한 면 니트가 오래 깨끗한 경우도 있다. 소재 이름보다 실과 짜임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섬유가 긴 실을 고른다. 짧은 섬유를 걸러 내고 가지런히 빗어 만든 실이 표면이 매끈하다. 면이라면 '코마사', 울이라면 '소모사(Worsted)'라고 적힌 제품이 유리하다. 반대로 폭신하고 잔털이 많은 방모사 니트는 보풀이 생기기 쉽다.

꼬임이 적당히 단단한 실을 고른다. 실이 잘 꼬여 있으면 섬유가 서로 붙잡고 있어 잔털이 덜 빠져나온다. 너무 느슨하게 꼰 실은 부드러운 대신 마찰에 약하다.


조직이 촘촘한지 본다. 같은 실이라도 촘촘하게 짠 니트가 형태도 오래가고 표면도 덜 일어난다. 니트를 빛에 비춰 봤을 때 코 사이가 너무 비어 보이지 않는 게 좋다.

혼용률을 본다. 아크릴이나 폴리에스터가 많이 섞인 니트는 섬유가 질겨서, 한번 생긴 보풀이 떨어지지 않고 표면에 매달려 남는다. 울 보풀은 털어 내면 떨어지기도 하는데 합성섬유 보풀은 오래 붙어 있는 셈이다.

처음부터 너무 부드러운 니트는 한 번 의심한다. 느슨한 꼬임, 표면을 긁어 털을 일으킨 기모 가공, 유연제로 만든 부드러움은 마찰과 세탁에 약하다. 처음엔 조금 단단하고 매끈한 니트가 입고 빨수록 부드러워지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런 니트를 '입을수록 좋아지는 니트'라고 부른다.

매장에서 확인할 것은 세 가지다. 표면에 잔털이 과하게 올라와 있지 않은지, 실 굵기가 고른지, 살짝 늘렸을 때 바로 제자리로 돌아오는지.

8. 디자이너의 시선

니트를 디자인할 때 실은 가장 먼저 고르는 재료이자, 가장 오래 고민하는 재료다. 같은 디자인이라도 어떤 실로 짜느냐에 따라 두께도, 무게도, 입었을 때 떨어지는 모양도 달라진다. 실 카드 위에서는 비슷해 보이던 두 실이 샘플로 짜 보면 전혀 다른 표정을 짓기도 한다.

그래서 니트를 고를 때는 디자인보다 라벨을 먼저 보는 습관이 생겼다. 라벨에는 많이 들어간 소재부터 적혀 있다. 울이 앞에 있는지, 아크릴이 앞에 있는지만 봐도 그 니트가 어떻게 입히고 어떻게 낡을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니트 한 벌의 느낌은 디자인보다 실에서 먼저 결정될 때가 많다. 다음에 니트를 고를 때는 라벨의 실 이름을 한 번 읽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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