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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과 캐시미어 차이, 할머니의 니트

by MARIA’S CLOSET 2026. 10. 14.

울과 캐시미어 차이, 할머니의 니트

겨울 옷장을 열면 가장 먼저 손이 가는 소재가 있다. 울과 캐시미어다.

둘 다 따뜻하고 포근하다. 그런데 막상 옷을 고르려고 하면 조금 헷갈린다.

왜 어떤 니트는 몇만 원이고, 어떤 니트는 몇십만 원일까. 그리고 오래전 할머니가 입던 울 스웨터는 아직도 멀쩡한데, 작년에 산 내 니트는 왜 벌써 보풀이 일어나는 걸까.

패션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수많은 소재를 만져 왔지만, 소재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재미있다. 오늘은 울과 캐시미어의 역사, 좋은 니트를 고르는 방법, 그리고 요즘 내가 가장 흥미롭게 보고 있는 재생 캐시미어 이야기를 정리해 보려고 한다.

1. 양 한 마리에서 시작된 겨울옷

사람이 양을 기르기 시작한 건 약 1만 년도 더 전, 지금의 서아시아 지역에서였다. 재미있는 건 처음부터 양털을 얻으려고 기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초기의 양은 고기와 젖, 가죽을 얻기 위한 동물에 가까웠고, 지금처럼 복슬복슬한 털을 가진 양을 골라 기르기 시작한 건 기원전 6000년 무렵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문득 무스탕이 떠올랐다. 요즘 백화점에서 꽤 비싼 가격에 팔리는 무스탕은, 생각해 보면 아주 오래된 양가죽 털옷에서 이어져 온 디자인이다. 양가죽의 겉면은 바람을 막고, 안쪽의 털은 따뜻한 공기를 품는다. 수천 년 전 누군가 입었던 털옷이 오늘날 고급 패션 아이템이 되었다니, 생각할수록 재미있는 일이다.

[그림 1. 양가죽 털옷을 입은 고대 목축민과 캐시미어 숄을 두른 고원의 사람]

양은 울과 양가죽 털옷을, 염소는 캐시미어를 선물했다.


울이 따뜻한 이유는 섬유의 모양에 있다. 울 섬유는 스프링처럼 꼬불꼬불해서 섬유 사이에 공기가 머물고, 그 공기층이 체온을 지켜 준다. 늘어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탄력도 있고, 습기를 흡수했다가 내보내는 성질도 있다. 그중 메리노 울은 섬유가 가늘어 피부에 닿았을 때 덜 따갑다. 어릴 때 울 스웨터를 입고 목이 간지러워 자꾸 긁었던 기억이 있다면, 섬유가 굵은 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2. 캐시미어는 양털이 아니다

울과 캐시미어를 같은 양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캐시미어는 염소의 털이다. 정확히는 추운 고원지대에 사는 캐시미어 염소의 아주 가는 속털이다. 이 염소들은 거친 겉털 아래에 부드러운 속털을 기르고, 봄 털갈이 시기에 이 속털을 빗질해 모은다.

캐시미어가 비싼 이유는 염소 한 마리에서 얻는 속털의 양이 적고, 거친 털을 분리하는 과정에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캐시미어 정의에서는 평균 섬유 굵기가 19마이크론을 넘지 않아야 한다. 1마이크론은 1mm의 1000분의 1이니, 그만큼 가는 털이라는 이야기다.

캐시미어라는 이름은 인도 북부의 카슈미르 지방에서 왔다. 이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히말라야 고원의 염소 속털로 부드러운 숄을 만들어 왔고, 카슈미르 숄은 18세기 후반부터 유럽 상류층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다. 나폴레옹의 아내 조제핀이 수많은 카슈미르 숄을 소장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당시 사람들에게 캐시미어 숄은 지금의 고급 브랜드 가방 같은 물건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흔히 보는 페이즐리 무늬도 이 숄의 무늬를 스코틀랜드 페이즐리 지역에서 대량 생산하면서 붙은 이름이다.

정리하면 울은 양의 털로 만든 섬유, 무스탕은 털이 붙은 양가죽으로 만든 옷, 캐시미어는 염소의 속털로 만든 섬유다. 그렇다고 캐시미어가 언제나 울보다 좋은 것은 아니다. 매일 편하게 입을 스웨터라면 탄탄한 메리노 울이 더 만족스러울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소재의 이름보다 그 소재를 어떻게 만들었느냐다.

3. 좋은 니트는 어떻게 고를까?

첫째, 혼용률을 확인한다. 캐시미어 100%라고 무조건 좋은 옷은 아니다. 같은 캐시미어라도 섬유 길이와 굵기, 실의 꼬임에 따라 품질이 달라진다. 울에 나일론을 섞었다고 나쁜 옷도 아니다. 적절한 혼방은 내구성과 형태 안정성을 보완해 준다. 중요한 건 왜 그 소재를 섞었는지다.

둘째, 표면의 털을 살펴본다. 처음부터 지나치게 폭신하고 털이 많이 올라온 니트는 부드러운 촉감을 위해 표면을 많이 일으킨 제품일 수 있고, 마찰이 반복되면 보풀이 생기기 쉽다.

셋째, 니트를 살짝 늘였다가 놓아 본다. 조직이 안정적으로 돌아오는지, 편직이 균일한지 살펴본다. 무조건 두껍고 무거워야 좋은 것은 아니다. 가벼우면서도 형태를 잘 유지하는 니트도 충분히 좋은 제품이다.

관리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매번 세탁할 필요 없이 바람을 쐬어 주고, 한 번 입으면 하루쯤 쉬게 해 준다. 세탁 전에는 케어 라벨을 확인하고, 울 전용 세제로 조심스럽게 빤 뒤 평평하게 눕혀 말린다. 보풀은 손으로 뜯지 말고 보풀 제거기로 정리한다.

4. 할머니의 울 스웨터는 왜 아직도 멀쩡할까?

가끔 오래된 옷장에서 꺼낸 니트를 보면 놀랄 때가 있다. 분명 수십 년 전에 산 옷인데 아직도 짱짱하다. 반면 작년에 산 니트는 몇 번 입지도 않았는데 보풀이 잔뜩 생겼다.

[그림 2. 오래된 나무 옷장에서 울 스웨터를 꺼내는 할머니와 이를 바라보는 손녀]

할머니의 옷장에는 아직도 입을 수 있는 오래된 니트가 있다.

오래 입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든 니트는 실의 꼬임과 편직 밀도, 마감이 탄탄하다. 처음엔 조금 까슬거리고 무거워도 여러 해 동안 형태를 유지한다. 반면 저렴한 패스트패션 니트 중에는 가격과 속도를 맞추려고 원료와 제작에서 비용을 줄인 제품도 있다.

그렇다고 옛날 옷이 무조건 더 좋았다는 뜻은 아니다. 지금의 기술로는 가볍고 부드러우면서도 튼튼한 니트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오래된 옷은 수십 년을 버텨 낸 옷들이다. 쉽게 망가진 옷들은 이미 사라졌을 것이다. 결국 과거와 현재의 차이라기보다 오래 입도록 만든 옷과 빠르게 소비하도록 만든 옷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5. 낡은 캐시미어가 다시 실이 된다면

요즘 캐시미어는 환경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2024년 몽골에는 '쪼드(Dzud)'라는 혹독한 겨울 재해가 찾아와 약 744만 마리의 가축이 죽었고, 그중 염소가 약 250만 마리였다. 수요가 늘면서 과도한 방목으로 초원이 황폐해지는 문제도 있다. 좋은 캐시미어를 얻으려면 좋은 환경부터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주목받는 것이 재생 캐시미어다. 헌 니트를 모아 단추와 라벨을 떼고, 색상별로 분류한 뒤 섬유로 풀어 다시 실을 만든다. 이탈리아의 프라토는 오래된 옷을 섬유로 되돌리는 기술을 오랫동안 발전시켜 온 곳이다.

나는 이 과정에서 색을 만드는 방식이 특히 재미있다. 보통은 원하는 색을 먼저 정하고 원사를 염색한다. 그런데 재생 캐시미어는 이미 존재하는 색을 모아 새로운 색을 만든다. 빨간 니트들을 모으면 빨간 섬유가 되고, 비슷한 계열을 섞으면 조금씩 다른 깊이의 컬러가 나온다. 마치 물감을 섞는 것과 비슷하지만, 이 물감은 누군가 한때 입었던 옷이다. 여러 사람의 시간이 섞여 새로운 색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면, 조금 특별하게 느껴진다.

물론 한계도 있다. 섬유를 푸는 과정에서 길이가 짧아져 실의 강도가 약해질 수 있어서, 새 원료를 섞어 보완하기도 한다. 그래도 이미 만들어진 소재를 다시 쓰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어쩌면 새로운 친환경 소재를 찾는 것보다 이미 가지고 있는 옷을 오래 입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오랫동안 입고 싶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옷. 디자이너로서 앞으로 더 생각해 보고 싶은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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