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신발장 정리를 한다. 여름 샌들을 넣고, 겨울 부츠를 꺼낸다.
그런데 올해 2026 F/W 컬렉션과 패션 매체들의 트렌드 기사를 보다가 웃음이 났다. 지난 글에서 이야기한 옛날 신발들이 이름만 바꿔 런웨이에 다시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다.
말을 타기 위한 굽, 승마 부츠, 노르웨이 어부의 끈 없는 가죽신. 수백 년 전 신발의 모양이 2026년의 트렌드가 되어 돌아왔다.
오늘은 이번 가을과 겨울에 주목할 신발 7가지를, 그 신발이 어디에서 왔는지와 함께 정리해 본다.
1. 굽이 다시 주인공이 되다, 키튼힐과 콘힐
이번 시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굽이다.
높고 가는 스틸레토보다 낮고 귀여운 키튼힐이 다시 사랑받고 있다. 샤넬과 토리 버치 같은 브랜드가 키튼힐을 선보였고, 출근길부터 파티까지 두루 신을 수 있어 몇 시즌 동안 이어질 흐름으로 보인다.
또 하나는 콘힐이다. 아이스크림 콘처럼 위는 넓고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는 원뿔 모양의 굽이다. 빅토리아 베컴 등이 이 굽을 선보였고, 뮬과 부츠, 펌프스에 조각처럼 달린 굽을 볼 수 있다.
페르시아 기병의 굽이 루이 14세의 빨간 굽이 되었듯, 굽은 늘 기능과 장식 사이를 오갔다. 올해의 굽은 높이보다 모양으로 말을 거는 굽이다.
2. 승마 부츠에서 온 롱부츠
무릎까지 올라오는 롱부츠도 다시 돌아왔다.
특히 승마 부츠에서 영감을 받은 단정한 롱부츠가 많다. 드리스 반 노튼과 끌로에의 컬렉션에서 무릎 높이의 승마 부츠 스타일을 볼 수 있었다.
또 하나의 흐름은 양말처럼 다리에 꼭 맞는 삭스 부츠다. 샤넬과 캘빈 클라인 등은 다리에 착 붙는 부츠를 선보였다.
말을 타던 사람들의 신발이 수백 년이 지난 지금, 도시를 걷는 사람들의 신발이 되었다.
3. 로퍼에 굽이 생기다
로퍼는 이번 시즌에도 빠지지 않는다. 다만 조금 달라졌다.
토즈, 샤넬, 짐머만 등은 굽이 달린 로퍼를 내놓았다. 두툼한 고무 밑창을 단 로퍼도 함께 보인다.
지난 글에서 소개한 것처럼 로퍼는 노르웨이 어부의 끈 없는 가죽신과 아메리카 원주민의 모카신에서 시작되었다. 언 부두에서 신기 편하던 납작한 신발이, 이제는 굽을 달고 출근길 구두가 되었다. 오래된 디자인에 지금의 생활이 더해지는 방식이 흥미롭다.
4. 100년 전에서 온 T스트랩
발등을 가로지르는 끈이 알파벳 T 모양을 만드는 T스트랩 슈즈도 주목받는다.
보그와 하퍼스 바자 모두 이번 시즌 트렌드로 T스트랩을 꼽았다. 디올과 지방시, 펜디의 컬렉션에서 볼 수 있었다. 하퍼스 바자는 이 흐름을 1920년대의 스타일을 2020년대로 가져온 것이라고 표현했다.
1920년대는 치마 길이가 짧아지면서 신발이 처음으로 크게 드러나기 시작한 시대다. 춤을 출 때 신발이 벗겨지지 않게 발등을 잡아 주던 끈이, 100년 뒤 다시 디자인의 포인트가 되었다.

5. 가장 확실한 트렌드, 애니멀 프린트
이번 시즌 기사들을 비교해 보니 가장 많은 매체가 공통으로 꼽은 것은 애니멀 프린트였다.
레오파드뿐 아니라 지브라, 스네이크, 크로커다일 패턴까지 다양하다. 이자벨 마랑은 지브라 무늬 롱부츠를, 생 로랑과 케이트는 뱀피 느낌의 신발을 선보였다.
옷에 레오파드를 입기 부담스럽다면 신발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체를 검정이나 베이지로 차분하게 입고 신발에만 무늬를 주면, 부담 없이 시즌의 분위기를 낼 수 있다.
6. 반짝이는 신발, 메탈릭과 새틴
겨울은 연말 모임이 많은 계절이다. 그래서인지 반짝이는 신발도 많아졌다.
디올과 페라가모는 금색 메탈릭 신발을, 발망은 새틴 신발을 선보였다. 운동화도 예외가 아니다. 프라다와 생 로랑의 메탈릭 스니커즈처럼 편한 신발에 반짝임을 더한 디자인이 눈에 띈다.
운동화에 반짝임이 더해지면 낮에는 편하게, 저녁에는 조금 특별하게 신을 수 있다. 하나의 신발로 하루를 보내는 요즘 생활에 맞는 변화다.

7. 산에서 내려온 신발, 고프코어
한쪽에서는 굽과 반짝임이 유행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여전히 기능적인 신발이 사랑받는다.
등산화나 트레일 러닝화에서 영감을 받은 고프코어 스니커즈다. 미우미우는 아웃도어 느낌의 스니커즈를 선보였고, 살로몬의 트레일 러닝화도 이제는 산만큼 도시에서 자주 보인다.
비와 눈에 강하고, 오래 걸어도 발이 편한 신발. 기능에서 시작한 디자인이 패션이 되는 이야기는 여기서도 반복된다.
8. 디자이너의 시선, 우리는 다시 오래된 신발을 꺼내 신고 있다
올해의 트렌드를 정리하다 보니, 새로운 신발보다 오래된 신발의 새로운 버전이 더 많았다.
| 옛날 신발 | 2026년의 신발 |
|---|---|
| 페르시아 기병의 굽, 루이 14세의 빨간 굽 | 키튼힐, 콘힐 |
| 승마 부츠 | 무릎 높이의 롱부츠 |
| 노르웨이 어부의 가죽신, 모카신 | 굽 달린 로퍼 |
| 1920년대 T스트랩 | 2026년 T스트랩 |
흥미로운 건, 그대로 반복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승마 부츠는 말 대신 도시를 걷기 위해 더 가볍고 날씬해졌고, 로퍼에는 굽이 생겼고, 굽은 높이 대신 모양으로 개성을 드러낸다.
그리고 같은 시즌 안에 반대되는 흐름이 함께 있다. 발을 꼭 조이는 펌프스와 굽이 있는가 하면, 슬리퍼처럼 편한 뮬과 산에서 신던 운동화도 있다. 멋을 위해 발을 참게 하는 신발과, 발을 편하게 두는 신발이 나란히 진열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지난 글에서 뾰족한 풀렌이 중세 사람들의 발 모양까지 바꿨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나는 이번 시즌 신발을 고를 때 한 가지를 더 생각해 보려고 한다. 이 신발이 예쁜지와 함께, 내 발이 이 신발을 오래 좋아할 수 있을지.
오래된 신발이 다시 돌아오는 이유는 그 모양이 그만큼 오래 사랑받을 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올겨울 신발장에서 꺼낸 신발 한 켤레가, 몇백 년 전 누군가의 신발과 닮아 있을지도 모른다.

출처
- Woman & Home, Autumn/winter shoe trends 2026 (2026.10.12): https://www.womanandhome.com/fashion/autumn-winter-shoe-trends-2026/
- Who What Wear, 7 Shoe Trends for Winter 2026 (2026.10.8): https://www.whowhatwear.com/fashion/shoes/winter-shoe-trends-2026
- RLC Fashion, Fall 2026 Shoe Trends (Vogue, Harper's Bazaar, Who What Wear 비교, 2026.10.9): https://rlcfashion.com/fall-2026-shoe-trends/
- Coveteur, Fall 2026 Sneaker Trends (2026.8.14): https://coveteur.com/fall-2026-sneaker-tren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