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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FW 니트 트렌드, 해체 니트, 배색

by MARIA’S CLOSET 2026. 10. 13.


실 한 가닥에서 시작하는 니트. 직접 그린 그림.

올겨울 니트 컬렉션을 찾아보다가 재미있는 옷들을 발견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니트는 반듯하게 짜인 스웨터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는 조금 다르다. 실이 풀린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표면에 커다란 무늬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이제는 조금 이상한 니트가 재미있다.

오늘은 2026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눈에 띈 니트를 세 가지 흐름으로 정리해 보려고 한다. 일부러 낡게 만든 니트, 조각처럼 입체적인 니트, 그리고 다시 돌아온 배색 니트다.

1. 일부러 낡게 만든 해체 니트

특히 2026년 2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서울패션위크에서 본 니트들이 흥미로웠다.

오래 입어서 낡은 것처럼 보이는 니트. 일부러 실을 풀어놓거나 구멍을 만든 디자인이다.

예전 같으면 불량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불완전함이 하나의 디자인이 되었다.

이런 흐름은 해외 컬렉션에서도 보인다. 스키아파렐리는 굵은 꽈배기 무늬로 잘 알려진 아란 니트를 해체해서 망사와 연결했다. 니트를 완성된 옷이 아니라 다시 풀고 엮을 수 있는 재료로 바라본 셈이다.

니트를 만드는 입장에서 보면 이런 디자인은 생각보다 어렵다. 구멍을 아무 곳에나 내면 그 자리에서부터 올이 계속 풀려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멍의 위치와 크기를 미리 정하고, 풀리지 않도록 가장자리를 고정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낡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오래 입을 수 있어야 하니까.

처음 보면 어색할 수 있다. 하지만 반듯한 니트 한 장 안에 살짝 풀린 디테일 하나만 들어가도 옷차림이 훨씬 자연스러워진다. 너무 큰 구멍보다는 소매 끝이나 밑단처럼 작은 부분부터 시작해 보길 권한다. 해체 니트는 단정한 셔츠나 슬랙스처럼 반듯한 옷과 함께 입을 때 그 매력이 더 잘 드러난다. 전체를 낡은 느낌으로 맞추면 정돈되지 않아 보일 수 있으니, 한 가지만 힘을 주는 것이 좋다. 세탁할 때는 풀린 부분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뒤집어서 세탁망에 넣는 것을 잊지 말자.

2. 조각처럼 입체적인 니트

에트로에서는 니트 표면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실의 굵기와 짜임을 활용해 마치 조각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다. 스웨터 위에는 굵은 끈 장식으로 문장 같은 무늬를 올렸고, 울로 뜬 크로셰 드레스도 등장했다.

이런 니트는 프린트와 다르다. 무늬를 찍는 것이 아니라, 실 자체의 높낮이로 그림을 그린다. 굵은 실과 가는 실을 섞거나, 같은 실이라도 짜임을 바꾸면 표면에 그림자가 생기고 무늬가 튀어나온다. 그래서 색을 많이 쓰지 않아도 충분히 화려해 보인다. 같은 회색 니트라도 표면의 높낮이가 다르면 빛을 받는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표정을 보여 준다.

이번 시즌에는 손의 흔적이 느껴지는 옷이 전반적으로 주목받았다. 크로셰, 자수, 드러난 스티치처럼 누군가 손으로 만든 듯한 질감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만들어지는 시대라서, 오히려 시간이 들어간 옷에 마음이 가는 것 같다.

다만 손뜨개처럼 보이는 옷이라도 실제로는 기계로 만든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겉모습보다는 어떤 실로,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다. 입체적인 니트는 무게가 있는 편이라 옷걸이에 걸어 두면 어깨가 늘어나기 쉽다. 접어서 보관하고, 표면이 눌리지 않도록 다른 옷을 위에 너무 많이 쌓지 않는 것이 좋다. 표면이 걸리기 쉬우니 가방끈이나 액세서리가 닿는 부분도 한 번 생각해 보고 고르면 좋겠다.

3. 다시 돌아온 아가일과 배색 니트

오래된 아가일 패턴도 다시 등장했다. 아가일 스웨터 위에 아가일 카디건을 겹쳐 입는 대담한 연출도 있었고, 굵게 짠 아가일 니트도 보였다. 줄무늬 니트 역시 여러 컬렉션에서 볼 수 있었다.

할머니 옷장에서 꺼낸 것 같은 니트인데, 색을 바꾸고 비율을 달리하니 전혀 새로운 옷이 되었다.

배색 니트는 실의 색을 바꿔 가며 무늬를 짠다. 작은 무늬가 반복되는 페어아일은 한 줄에 보통 두세 가지 색의 실을 함께 끌고 가며 뜨고, 큰 그림을 넣을 때는 색 구역마다 실을 따로 쓰는 인타르시아 방식을 쓴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이 있다. 니트는 실과 기계의 한계 때문에 한 번에 아주 많은 색을 쓸 수 없다. 색 하나마다 실이 하나씩 필요하고, 색이 늘어날수록 원단 뒷면에 실이 겹쳐 두껍고 무거워진다. 그래서 오래 사랑받는 배색 니트는 대부분 몇 가지 색만으로 무늬를 만든다. 아가일이 오래도록 다시 돌아오는 이유도 이 단순함에 있는 것 같다. 제한된 색 안에서 비율과 배치만으로 새로운 느낌을 만드는 것, 그게 배색 니트의 진짜 재미다.

아가일이나 배색 니트를 고를 때는 나머지 옷을 단순한 색으로 맞추면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다. 아가일 카디건 안에 흰 셔츠를 받쳐 입거나, 줄무늬 니트에 무채색 바지를 매치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배색 니트는 뒷면을 한 번 뒤집어 보면 품질을 알 수 있다. 뒷면에 지나가는 실이 정돈되어 있고 길게 늘어진 실이 적다면 잘 짜인 니트다.

4. 디자이너의 시선

개인적으로 이런 변화가 반갑다.

니트는 꼭 반듯하게 짜야 하는 것도 아니고, 따뜻하기만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실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디자인이 될 수 있다.

해체 니트도, 입체 니트도, 아가일도 사실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실을 풀고, 엮고, 색을 바꾸는 일은 니트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있었던 일이다. 이번 시즌의 니트들은 그 오래된 방법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봤을 뿐이다. 실수처럼 보이던 풀린 실이 디자인이 되고, 할머니의 무늬가 다시 런웨이에 오르는 것을 보면 패션은 결국 돌고 돌며 새로워진다는 생각이 든다.

15년 동안 패션 디자인을 하면서 느낀 것은, 새로운 디자인이 꼭 새로운 소재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래된 소재를 다르게 바라보는 것.

어쩌면 그게 더 재미있는 디자인의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번 겨울, 옷장 속 오래된 니트를 꺼내 다시 들여다보는 것도 같은 시작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낡았다고 버리기보다, 그 낡음이 어떤 이야기가 될 수 있을지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좋겠다. 실이 조금 풀린 소매, 색이 바랜 배색 무늬도 그 옷이 함께한 시간을 보여 주는 디자인이 될 수 있다. 니트는 그렇게 시간이 쌓일수록 더 나다운 옷이 되는 소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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