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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미어 머플러와 숄, 화려했던 숄의 역사

by MARIA’S CLOSET 2026. 10. 26.

얼마 전 캐시미어 머플러를 하나 샀다. 그런데 상자를 열어 보고 조금 놀랐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목에 한 번 감으니 끝이 짧게 남았고, 어깨까지 덮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금세 사라졌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갖고 싶었던 건 머플러가 아니라 숄이었다는 것을.

지난 글에서는 몽골 캐시미어가 어디에서 오는지 살펴봤다. 그런데 막상 캐시미어를 사려고 보면 머플러, 스톨, 숄, 파시미나까지 이름이 참 다양하다.

이 차이가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보다가 오래된 캐시미어 숄 사진을 발견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내가 알던 캐시미어 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마치 페르시아 카펫을 어깨에 두르는 것 같았다. 작은 꽃과 덩굴, 구불구불한 무늬가 천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색도 얼마나 화려한지 한참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오늘은 머플러와 숄의 차이에서 시작해, 이렇게 화려했던 캐시미어 숄의 역사와 관리법까지 정리해 보려고 한다.

1. 머플러, 스톨, 숄은 무엇이 다를까?

머플러, 스톨, 숄은 모두 목이나 어깨에 두르는 천이다. 가장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폭과 쓰임새를 보는 것이다.

  • 머플러: 폭 25-35cm 정도. 목에 감는 용도다.
  • 스톨: 폭 50-70cm 정도. 목에 감거나 어깨에 걸친다.
  • 숄: 폭 70cm 이상. 어깨와 상체를 감싼다.

물론 브랜드마다 이름을 붙이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하게 정해진 치수는 아니다. 삼각형이나 정사각형 숄도 있다.

머플러는 목을 따뜻하게 감싸는 용도로 많이 쓴다. 스톨은 목에 감거나 어깨에 걸칠 수 있고, 숄은 작은 외투처럼 상체를 감싸는 데 알맞다.

같은 캐시미어 원사와 조직으로 만든다면 폭이 넓어질수록 들어가는 실도 많아진다. 숄이 머플러보다 비싼 이유 중 하나다.

그러니 캐시미어를 살 때는 상품 이름보다 가로세로 치수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어깨를 충분히 감싸는 직사각형 숄을 원한다면 폭 70cm 이상을 하나의 기준으로 삼을 만하다. 나처럼 상자를 열어 보고 놀라지 않으려면 말이다.

2. 캐시미어는 니트보다 숄로 먼저 유명해졌다

우리가 지금 떠올리는 캐시미어는 대체로 단순하다. 아이보리색 니트, 카멜색 머플러, 회색 카디건. 색과 디자인은 최대한 절제하고 소재가 가진 부드러운 촉감을 강조한다.

그런데 오래전 카슈미르 숄은 정반대였다.

캐시미어라는 이름은 카슈미르(Kashmir) 지역에서 유래했다. 이곳에서는 히말라야 고산지대 염소의 가느다란 속털로 오래전부터 고급 숄을 만들었다.

특히 16세기 무굴제국 시대에는 카슈미르 숄이 왕실과 귀족들의 귀한 의복이었다. 아크바르 황제 시대에도 카슈미르 숄은 궁정 복식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당시 숄은 단순히 추위를 막는 물건이 아니었다. 왕실에서 쓰고, 귀한 사람에게 선물하고, 부와 지위를 드러내는 물건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화려한 숄이 아주 가볍고 부드러운 실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묵직한 카펫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는 실을 정교하게 짜거나 수놓은 직물이었다.

3. 카펫처럼 화려한 무늬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오래된 카슈미르 숄을 보고 가장 궁금했던 것은 무늬였다. 이 작은 꽃과 복잡한 곡선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지금이라면 원단에 프린트를 하거나 자카드 기계로 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사람이 직접 색을 바꾸고 실을 이어 가며 무늬를 만들었다.

대표적인 기법이 '카니(Kani)' 직조다. 카니는 색실을 감은 작은 나무 북을 사용해, 무늬가 필요한 부분마다 다른 색의 씨실을 넣어 짜는 방식이다. 보통의 직조처럼 씨실 하나가 원단의 폭 전체를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무늬에 따라 구간마다 다른 실을 쓴다. 그래서 복잡한 곡선과 여러 가지 색을 표현할 수 있었다.

니트로 생각해 보면 인타르시아와 비슷한 원리다. 색이 다른 실을 필요한 부분에 배치해 그림처럼 무늬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카니는 니트가 아니라 직물이고, 실이 얽히는 구조도 다르다. 그래도 한 장의 원단 위에 색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점은 꽤 닮아 있다.

또 다른 방식은 소즈니(Sozni)라는 정교한 자수다. 먼저 직물을 짠 다음 가느다란 바늘로 꽃과 덩굴을 촘촘하게 수놓는다.

무늬가 복잡한 고급 숄은 완성하는 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 우리가 쉽게 사는 숄 한 장이, 당시에는 여러 장인의 오랜 노동으로 완성되는 귀한 물건이었던 것이다.

4. 숄을 조각조각 이어 만들기도 했다

오래된 카슈미르 숄을 살펴보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복잡한 무늬가 들어간 숄 중에는 여러 조각을 이어 붙여 만든 것도 있다는 것이다. 무늬를 나누어 짜거나 수놓고, 완성된 부분들을 하나의 큰 직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 모습을 보니 우리나라의 조각보가 떠올랐다. 만드는 이유와 문화적 배경은 다르지만, 작은 면들을 이어 하나의 커다란 직물로 완성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요즘 패션에서 자주 보이는 패치워크도 생각났다. 서로 다른 색과 무늬를 이어 붙여 새로운 표면을 만드는 방법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디자인 방식이다.

패션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오래된 직물을 들여다보면, 지금 새롭다고 느끼는 것들이 이미 수백 년 전에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곤 한다.

5. 카슈미르 숄은 어떻게 유럽 귀족의 패션이 되었을까?

18세기 후반, 카슈미르 숄이 유럽으로 전해지면서 새로운 유행이 시작되었다.

19세기 초 유럽 여성들 사이에서는 허리선이 높고, 얇고 부드러운 소재로 만든 엠파이어 스타일 드레스가 유행했다. 몸을 가볍게 감싸는 드레스는 아름다웠지만 추운 날씨에는 따뜻한 겉옷이 필요했다. 이때 카슈미르 숄이 잘 어울렸다.

나폴레옹의 아내 조제핀 황후도 카슈미르 숄을 즐겨 모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유럽 상류층 여성들에게 화려한 카슈미르 숄은 고급 패션 소품이 되었고, 19세기 전반에 큰 인기를 누렸다.

지금으로 치면 비싼 명품 가방을 드는 것과 조금 비슷했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숄을 가졌는지, 얼마나 정교한 무늬가 들어갔는지, 어디에서 만든 것인지가 그 사람의 취향과 경제력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6. 페이즐리 무늬는 카슈미르 숄에서 유럽으로 건너갔다

카슈미르 숄을 보다 보면 반복해서 등장하는 무늬가 있다. 끝이 구부러진 물방울 같기도 하고, 망고처럼 보이기도 하는 모양이다. 바로 우리가 아는 페이즐리 무늬다.

원래 이 문양은 '부타(Buta 또는 Boteh)'라고 불렸다. 페르시아와 카슈미르의 직물 문화에서 발전한 문양으로, 꽃봉오리나 잎, 구부러진 식물의 형태와 이어진다.

유럽에서 카슈미르 숄이 인기를 끌자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숄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특히 스코틀랜드의 페이즐리(Paisley)라는 도시가 유명해졌다. 19세기에 이곳에서 카슈미르 숄을 본뜬 숄을 대량으로 만들었고, 결국 도시 이름이 무늬의 이름이 되었다.

지금 넥타이나 셔츠, 스카프에서 흔히 보는 페이즐리 무늬에 이렇게 오래된 역사가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카슈미르 숄의 인기는 유럽의 직조 기술에도 영향을 주었다. 19세기에는 자카드 직기로 복잡한 무늬를 더 효율적으로 짤 수 있게 되었다. 손으로 오랜 시간 짜야 했던 화려한 숄이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7. 파시미나와 캐시미어는 다른 것일까?

캐시미어 숄을 검색하면 파시미나(Pashmina)라는 이름도 자주 보인다.

파시미나는 전통적으로 히말라야 고산지대 염소의 아주 가느다란 속털, 그리고 그 털로 만든 고급 숄을 가리키는 말이다. 캐시미어는 오늘날 섬유의 종류를 나타내는 말로 널리 쓰이고, 파시미나는 카슈미르의 전통 고급 숄과 깊은 관계가 있다.

다만 쇼핑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파시미나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서 모두 캐시미어 100%인 것은 아니다. 다양한 혼방 소재 제품에도 파시미나라는 이름을 쓰는 경우가 있다. 그러니 이름보다 혼용률 라벨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8. 캐시미어 머플러와 숄, 어떻게 두르면 좋을까?

역사를 알고 나니 숄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 머플러: 목에 한 번 감아 양 끝을 앞으로 늘어뜨리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 스톨: 목에 느슨하게 한 번 감은 다음 한쪽 끝을 어깨 뒤로 넘기면 멋스럽다.
  • 직사각형 숄: 어깨 전체를 감싸 외투처럼 쓸 수 있다.
  • 삼각형 숄: 뾰족한 끝을 등 뒤로 내리고 양 끝을 앞으로 가져오면 된다.

평소에는 단색 캐시미어가 활용하기 쉽다. 하지만 이번에 옛 카슈미르 숄을 보고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아주 단순한 검정 니트와 바지 위에 화려한 페이즐리 숄 하나를 둘러도 정말 멋있을 것 같다. 옷은 단순하게 입고 숄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것이다.

화려한 무늬를 좋아한다면 빈티지 카슈미르 숄이나 페이즐리 스톨을 찾아봐도 좋겠다.

9. 캐시미어 머플러와 숄은 어떻게 관리할까?

캐시미어 머플러와 숄은 목과 얼굴에 직접 닿는 물건이라 자주 빨고 싶어진다. 그런데 캐시미어는 무조건 자주 빠는 것보다 제품에 맞는 방법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코틀랜드 캐시미어 브랜드 존스턴스 오브 엘긴은 직물로 짠 머플러와 숄에는 전문 드라이클리닝을 권한다. 니트 제품은 케어라벨에서 허용하는 경우 캐시미어 전용 세제로 조심스럽게 손세탁할 수 있다.

평소에는 몇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 바람 쐬기: 착용 후 가볍게 털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습기와 냄새를 뺀다.
  • 얼룩 관리: 얼룩이 생기면 문지르지 말고 케어라벨에 맞게 처리한다. 색이 진한 제품은 물 빠짐에 주의한다.
  • 손세탁: 손세탁이 가능한 제품만 미지근한 물과 전용 세제로 부드럽게 빤다.
  • 건조: 비틀어 짜지 말고 수건으로 물기를 뺀 뒤 모양을 잡아 평평하게 말린다.
  • 보풀 제거: 캐시미어 빗으로 가볍게 정리한다.
  • 보관: 완전히 마른 상태로 접어서 보관한다. 옷좀나방을 막기 위해 밀폐 보관과 정기적인 점검도 필요하다.

특히 빈티지 숄이나 복잡한 무늬가 있는 오래된 직물은 집에서 빨기보다 전문적인 보존 관리가 필요할 수 있다.

10. 디자이너의 시선, 수백 년 전 디자인에서 발견한 것

이번에 작은 머플러를 사고 나서 캐시미어를 고를 때 무엇을 보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옷을 만들 때 나는 늘 치수부터 본다. 그런데 정작 머플러를 살 때는 색과 촉감만 보고 크기를 확인하지 않았다. 매일 하던 일을 내 물건 앞에서는 잊어버린 셈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숄의 크기를 알아보다가 뜻밖에 오래된 카슈미르 숄까지 찾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화려한 무늬에 한참 마음을 빼앗겼다.

나는 그동안 캐시미어라고 하면 단색에 부드러운 촉감을 가진 고급 니트를 먼저 떠올렸다. 그런데 옛 카슈미르 숄에는 전혀 다른 매력이 있었다. 커다란 꽃, 반복되는 곡선, 여러 색이 겹치는 무늬, 그리고 조각을 이어 붙인 구조까지. 마치 한 장의 직물 안에 작은 정원을 담아 놓은 것 같았다.

15년 동안 패션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수많은 원단과 니트 조직을 봤지만, 오래된 직물은 여전히 새로운 영감을 준다. 특히 요즘처럼 단순한 디자인이 많아진 시대에는 이런 화려한 옛 직물이 오히려 더 새롭게 느껴진다.

과거에는 복잡한 무늬와 정교한 기술로 고급스러움을 표현했다면, 오늘날에는 소재 자체의 질감과 단순한 실루엣으로 고급스러움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어느 쪽이 더 아름답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오래된 숄을 보고 나니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좋은 소재를 꼭 단순하게만 디자인할 필요는 없다는 것. 화려한 무늬와 색, 정교한 기술이 만나도 충분히 멋진 캐시미어가 될 수 있다.

이번에 산 작은 머플러는 목에 한 번 감아 오래 쓰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에 캐시미어 숄을 사게 된다면 크기뿐 아니라 무늬도 꼼꼼히 살펴볼 생각이다. 어쩌면 아이보리색의 단정한 숄보다, 수백 년 전 카슈미르 장인들이 만든 것처럼 꽃과 덩굴이 가득한 숄을 고르게 될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머플러가 너무 작아서 시작한 궁금증이었다. 그런데 덕분에 캐시미어가 가진 또 다른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되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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