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에서는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바람을 막으려 두르던 타탄과, 비바람을 견디던 트위드가 영국 왕실과 신사들의 옷장에 들어가기까지의 이야기를 했다.
2부에서는 그 트위드가 어떻게 여성의 옷이 되었는지, 체크와 트위드는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왜 매년 가을이면 다시 돌아오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1. 샤넬은 남자들의 트위드를 여성의 옷으로 바꾸었다
트위드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디자이너가 있다. 바로 가브리엘 샤넬이다.
1920년대 샤넬은 영국의 남성복과 스포츠웨어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특히 트위드의 실용성과 자연스러운 질감에 주목했다.
당시 여성복은 몸을 조이거나 움직임을 제한하는 디자인이 여전히 많았지만, 샤넬은 여성이 더 자유롭고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녀는 남성복에서 쓰던 트위드를 여성복에 가져오면서 더 부드러운 소재와 편안한 실루엣을 추구했다.
1954년 패션계에 돌아온 뒤, 샤넬의 트위드 슈트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디자인으로 자리 잡았다. 칼라가 없는 재킷, 가장자리를 두른 장식 테이프, 금속 단추,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실루엣. 오늘날 우리가 샤넬 재킷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바로 그 모습이다.
디자이너 입장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샤넬이 단순히 원단을 가져다 쓴 것이 아니라 그 원단을 입는 방식 자체를 바꾸었다는 점이다. 남성들의 야외 활동복이 여성들의 우아한 일상복이 된 것이다.
스코틀랜드의 거친 바람을 막던 직물이 파리의 패션을 대표하게 되다니. 소재 하나에 담긴 역사가 이렇게 흥미롭다.

2. 체크와 트위드는 같은 것일까?
체크와 트위드는 함께 이야기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다른 개념이다. 체크는 무늬를 뜻하고, 트위드는 직물의 종류를 뜻한다.
가을 옷에서 자주 만나는 무늬와 원단을 정리하면 이렇다.
- 타탄 체크: 여러 색의 가로줄과 세로줄이 교차하는 스코틀랜드 전통 무늬.
- 헤링본: 생선 뼈처럼 V자가 반복되는 조직. 코트와 재킷에 자주 쓰인다.
- 하운드투스: 개의 이빨을 닮은 무늬가 반복되는 패턴. 작은 무늬부터 큰 무늬까지 다양하다.
- 도네갈 트위드: 아일랜드 도네갈 지역의 직물. 작은 색실이 점처럼 섞인 표면이 특징이다.
트위드라고 해서 반드시 체크무늬가 있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체크무늬가 있다고 모두 트위드도 아니다. 면 셔츠에도 체크가 있고, 울 코트에도 체크가 있다. 같은 체크라도 어떤 소재에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가 된다.
나는 원단을 고를 때 무늬만큼이나 표면의 질감을 중요하게 본다. 매끄러운 원단에 프린트한 체크와, 여러 색의 실을 직접 엮어 만든 체크는 가까이에서 보면 확실히 다르다.
특히 트위드처럼 조직감이 풍부한 원단은 한 가지 색으로 보여도 자세히 보면 여러 색의 실이 숨어 있다. 브라운 원단 안에 노란색과 녹색, 주황색 실이 섞여 있는 식이다. 이런 작은 차이가 옷 전체의 분위기를 바꾼다.

3. 왜 체크와 트위드는 매년 가을 돌아올까?
매년 새로운 유행이 나오는데도 체크와 트위드는 가을만 되면 다시 등장한다. 나는 그 이유가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소재가 가진 계절감이다. 울로 짠 트위드는 따뜻하고 조직감이 있어 추운 계절에 잘 어울린다. 요즘은 봄과 여름에도 입을 수 있는 얇은 트위드가 나오지만, 여전히 가을과 겨울을 대표하는 소재라는 인식이 강하다.
두 번째는 색이다. 브라운, 올리브, 버건디, 카키, 그레이. 전통적인 트위드와 체크에 자주 등장하는 색들은 가을 풍경과 닮아 있다. 나무껍질과 낙엽, 흙과 이끼 같은 색들이다.
세 번째는 오래된 옷이 주는 익숙함이다. 체크 스커트를 보면 학창 시절이 떠오르고, 트위드 재킷을 보면 오래된 영국 영화나 할아버지의 옷장이 떠오르기도 한다.
옷에는 우리가 살아온 시대와 문화의 기억이 담겨 있다. 체크와 트위드는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었기 때문에 익숙하고, 그 익숙함이 오히려 새로운 스타일을 만드는 바탕이 되는 것 같다.
4. 오래된 무늬를 새롭게 입는 법
오래된 무늬라고 해서 꼭 오래된 스타일로 입을 필요는 없다.
- 어깨를 크게: 트위드 재킷의 어깨를 키우면 당당하고 남성적인 분위기가 된다.
- 길이를 짧게: 재킷 길이를 줄이면 경쾌해진다.
- 무늬를 크게: 같은 체크라도 무늬를 키우면 훨씬 대담해진다.
- 색을 바꿔서: 브라운과 그린이 중심이던 원단에 핑크나 라일락을 섞으면 전혀 다른 느낌이 난다.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느끼는 것은, 새로운 디자인이 반드시 새로운 소재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오래된 소재를 새로운 방식으로 쓰는 것이 더 흥미로울 때가 많다.
특히 니트와 트위드는 닮은 부분이 있다. 굵기가 다른 실을 쓰고, 색을 섞고, 조직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표면에 전혀 다른 표정이 생긴다. 원단에 무늬를 프린트하는 것과 실을 직접 엮어 무늬를 만드는 것은 완성된 느낌부터 다르다. 오래된 체크가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도 이런 끝없는 변형 가능성 때문이 아닐까.
5. 디자이너의 시선, 오래된 옷은 정말 오래된 것일까?
이 글을 쓰다 보니 옷장 안쪽에 걸어 둔 오래된 재킷들이 생각난다. 몇 년 전에는 유행이 지난 것 같아 입지 않았는데, 어느 날 다시 꺼내 입으면 오히려 새로워 보이는 옷들.
패션은 계속 변한다. 재킷 길이는 짧아졌다 길어지고, 어깨는 좁아졌다 넓어진다. 체크무늬도 작아졌다 커지고, 색도 매번 달라진다. 그런데 그 안에 담긴 원단과 무늬의 역사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200년 전 영국 신사가 입던 재킷과 오늘날 우리가 입는 체크 재킷은 생각보다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어쩌면 오래된 옷이 촌스러워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옷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올가을 옷장을 열었을 때 오래된 체크 재킷이 보인다면 한번 꺼내 입어 보자. 그 옷에는 생각보다 훨씬 긴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출처
- Wikipedia, Chanel suit: https://en.wikipedia.org/wiki/Chanel_suit
-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Gabrielle "Coco" Chanel: https://www.metmuseum.org/toah/artist/gabrielle-coco-chanel
- Wikipedia, Tweed (cloth): https://en.wikipedia.org/wiki/Tweed_(cloth)
- Wikipedia, Donegal tweed: https://en.wikipedia.org/wiki/Donegal_twe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