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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년 니트 공장, 오래된 니트 브랜드

by MARIA’S CLOSET 2026. 10. 18.

240년 니트 공장, 오래된 니트 브랜드

옷장에 오래된 니트 한 벌쯤은 있을 것이다.

몇 년을 입어도 형태가 크게 변하지 않고, 유행이 지나도 이상하게 손이 가는 옷.

좋은 니트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도대체 사람들은 언제부터 니트를 만들어 입었을까? 그리고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니트 브랜드들은 처음부터 비싼 스웨터를 만들었을까?

오래된 니트 브랜드의 역사를 찾아보니 의외의 이야기가 많았다.

스타킹을 만들던 공장이 고급 니트 브랜드가 되었고, 거친 모직물을 만들던 회사가 캐시미어로 유명해졌다.

그중에는 240년 넘게 같은 장소에서 니트를 생산하는 공장도 있다.

오늘은 조금 오래된 니트 공장들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1. 1784년, 영국의 작은 편직 공장

존 스메들리(John Smedley)는 1784년에 시작된 영국의 니트 브랜드다.

프랑스혁명이 일어나기 5년 전이고, 영국에서는 산업혁명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였다.

당시 니트는 지금처럼 멋을 내기 위한 스웨터보다는 스타킹이나 속옷 같은 실용적인 옷에 많이 사용되었다.

옷을 만드는 방식도 지금과는 달랐다.

기계가 점차 사람의 손을 대신하기 시작했지만, 생산 과정에는 여전히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다.

존 스메들리의 공장은 영국 더비셔의 리 브리지에 자리 잡았다.

이 공장은 지금까지도 같은 장소에서 니트를 생산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놀라운 일이다.

240년 동안 세상이 얼마나 많이 변했을까.

증기기관이 등장하고, 자동차가 만들어지고, 컴퓨터가 생겼다.

그동안 옷의 유행도 수없이 바뀌었다.

그런데 실을 고리로 연결해 옷을 만든다는 니트의 기본 원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늘날 존 스메들리는 얇고 매끈한 파인 게이지 니트로 유명하다.

메리노 울과 시아일랜드 코튼 같은 소재를 사용해 셔츠처럼 단정하게 입을 수 있는 니트를 만든다.

나는 이 브랜드를 볼 때마다 얇은 니트를 만드는 기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두꺼운 니트는 실 자체의 볼륨으로 형태를 만들 수 있지만, 얇은 니트는 작은 불균일함도 눈에 띄기 쉽다.

실의 굵기, 편직 밀도, 마무리 가공까지 여러 조건이 잘 맞아야 한다.

가볍고 얇은 옷을 잘 만드는 것도 상당한 기술이 필요한 일이다.

2. 1797년, 거친 모직물이 캐시미어가 되기까지

스코틀랜드의 존스턴스 오브 엘긴(Johnstons of Elgin)은 1797년에 시작되었다.

창업자 알렉산더 존스턴은 스코틀랜드 엘긴에서 모직물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우리가 떠올리는 부드러운 캐시미어 스웨터를 만들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에는 두껍고 거친 모직물을 생산했다.

지금의 고급스러운 캐시미어 이미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그러다 19세기에 들어 다양한 동물성 섬유를 다루기 시작했다.

1851년에는 캐시미어 원료를 들여와 직물을 생산했다.

캐시미어는 원료를 고르고 가공하는 데 손이 많이 가는 섬유다.

존스턴스 오브 엘긴의 특징은 원료를 가공하는 과정부터 완성품을 만드는 과정까지 폭넓은 제조 기술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섬유를 정리하고, 실을 만들고, 염색하고, 직물을 짜고, 마무리하는 과정까지.

우리가 매장에서 만나는 캐시미어 제품은 부드러운 옷 한 벌이지만, 그 뒤에는 생각보다 많은 공정이 숨어 있다.

여기서 한 가지 구분할 점도 있다.

존스턴스 오브 엘긴은 1797년부터 섬유 제조를 해온 회사지만, 니트웨어 생산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은 1980년대다.

오래된 섬유 회사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니트웨어까지 발전시킨 사례라고 볼 수 있다.

3. 1815년, 스타킹 회사가 귀족들의 옷을 만들다

프링글 오브 스코틀랜드(Pringle of Scotland)는 1815년에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스타킹과 속옷을 만드는 회사였다.

당시 니트는 몸을 따뜻하게 보호하기 위한 실용적인 옷이었다.

하지만 20세기가 되면서 니트의 역할이 조금씩 달라졌다.

사람들은 골프와 테니스 같은 스포츠를 즐기기 시작했고, 활동하기 편한 옷을 찾았다.

니트 스웨터와 가디건은 이런 변화에 잘 어울렸다.

몸의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비교적 편하게 입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프링글을 대표하는 디자인 중 하나는 아가일 패턴이다.

마름모가 반복되는 이 패턴은 스코틀랜드의 전통적인 무늬에서 발전했다.

프링글은 아가일 니트를 골프웨어와 연결하며 널리 알렸다.

특히 당시 영국 왕실의 패션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훗날 윈저 공작이 된 에드워드 왕자는 아가일 니트와 골프 스타일을 즐겨 입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왕실 인사가 입은 니트는 단순한 스포츠웨어를 넘어 세련된 옷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같은 소재의 스웨터와 가디건을 함께 입는 트윈 세트도 프링글이 널리 알린 스타일 중 하나다.

생각해 보면 참 재미있다.

스타킹과 속옷을 만들던 회사가 어느새 귀족과 영화배우들이 즐겨 입는 니트 브랜드가 된 것이다.

4. 1903년, 샤넬이 인수한 스코틀랜드의 니트 공장

배리(Barrie)는 1903년 스코틀랜드 하윅에서 시작된 니트 제조사다.

오랫동안 캐시미어를 비롯한 고급 니트를 생산해 왔다.

이 공장의 역사는 샤넬과도 연결된다.

2012년, 샤넬은 배리를 인수했다.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가 100년 넘게 니트를 만들어 온 공장을 인수한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가 흥미롭다.

새로운 공장을 세울 수도 있었을 텐데, 왜 오래된 니트 제조사를 인수했을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오랜 시간 쌓인 제조 기술과 숙련된 인력의 가치였을 것이다.

니트는 디자인 도면만 있다고 완성되는 옷이 아니다.

실의 굵기와 성질에 맞춰 편직 조건을 조절해야 하고, 조직이 늘어나거나 뒤틀리지 않도록 여러 공정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캐시미어처럼 섬세한 소재는 가공 과정에서 촉감과 형태가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실을 사용해도 누가 어떻게 편직하고 마무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디자이너로 일하다 보면 이런 차이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도면에서는 완벽해 보이던 디자인도 실제 샘플을 만들면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긴다.

어깨가 늘어나기도 하고, 밑단이 말리기도 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무거워지기도 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좋은 기계만이 아니다.

오랫동안 실과 니트를 다뤄온 사람들의 경험이다.

오래된 공장의 가치는 어쩌면 그런 경험에 있을지도 모른다.

5. 오래된 브랜드의 니트는 무조건 좋을까?

여기까지 읽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역사가 오래된 브랜드의 니트는 무조건 좋은 걸까?

그렇지는 않다.

같은 브랜드에서도 생산 시기와 제품 라인, 원사, 제조 방식에 따라 품질은 달라진다.

오래된 브랜드라고 보풀이 생기지 않는 것도 아니고, 새롭게 시작한 브랜드라고 좋은 니트를 만들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브랜드 이름보다 어떤 실로, 어떻게 짰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럼에도 오래된 니트 브랜드들의 역사를 찾아보는 일은 재미있다.

스타킹에서 시작한 브랜드가 고급 스웨터를 만들고, 거친 모직물을 생산하던 공장이 캐시미어를 다루게 되었다.

그리고 100년 넘게 이어진 편직 기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좋은 니트 한 벌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시간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6. 그런데 니트를 전혀 다르게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다

영국과 스코틀랜드의 오래된 니트 공장들이 소재와 편직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을 때, 이탈리아에서는 조금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 육상 선수와 그의 아내가 집 지하실에 작은 니트 작업실을 마련한 것이다.

그들에게는 200년의 역사가 있는 공장도, 유명한 브랜드 이름도 없었다.

대신 몇 대의 편직 기계와 여러 색상의 실이 있었다.

두 사람은 줄무늬의 색과 간격을 바꾸며 실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작은 실험은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의 상징이 된다.

바로 미쏘니(Missoni)의 지그재그 패턴이다.

다음 이야기는 이탈리아의 작은 니트 작업실에서 시작된 미쏘니에 관한 이야기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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